월급에서 떼어내는 금액, 너무 많거나 적으면 안 되는 이유

월급의 몇 퍼센트를 모아야 할까

작년 8월, 나는 월급 380만 원 중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전까지는 그냥 남은 돈을 모았는데, 어떤 달은 50만 원, 어떤 달은 15만 원이었다.

불규칙한 패턴이 계속되니 불안했다. 그래서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다.

통장 6개월치 내역을 정리하고, 고정비와 변동비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정해진 금액을 떼어내는 것’과 ‘남은 돈을 모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금융 전문가들은 월급의 10~20%를 저축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평균일 뿐이다.

실제로는 생활비, 고정비, 개인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내 경우 월급 380만 원에서 고정비(집세, 보험료, 핸드폰비)가 약 140만 원이었다.

그러면 남은 돈은 240만 원인데, 여기서 식비, 교통비, 의류비 같은 변동비가 나간다. 이걸 정확히 파악하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생활비 비율로 역산해보기

월급 380만 원에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게 핵심이다. 내가 3개월간 쓴 돈을 평균내니 월 240만 원이 생활비였다. 고정비 140만 원 + 변동비 100만 원. 그러면 남은 돈은 140만 원이다. 이 140만 원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관건이었다.

만약 이 140만 원을 전부 저축한다면 월급의 약 36%를 모으는 셈이다. 하지만 이건 현실적이지 않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기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치과 비용 28만 원이 나갔고, 11월에는 친구 결혼식 축의금 50만 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140만 원 중 80만 원을 저축하고, 60만 원을 ‘유동 자금’으로 남기기로 했다. 월급의 21%를 모으는 셈인데, 이게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치였다.

너무 적으면 모은 게 아니고, 너무 많으면 버틴다

월급의 10% 이하를 모으는 건 사실 저축이라고 보기 힘들다. 월급 380만 원에서 38만 원을 모으면 1년에 456만 원인데, 이건 예상치 못한 지출 한두 번이면 없어진다.

반대로 월급의 50% 이상을 모으려고 하면 생활이 너무 팍팍해진다. 월급 380만 원에서 190만 원을 저축하면 생활비는 190만 원인데, 이 정도면 자취방 월세, 밥, 교통비 정도만 가능하다.

내가 월급의 21%인 80만 원을 정했을 때, 처음 2개월은 어색했다. 자동이체를 설정했는데, 통장에 돈이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3개월째부터 그 80만 원이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마치 월급이 300만 원인 사람처럼 생활하게 된 거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저축 금액을 정할 때는 ‘빠진 월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변동비가 큰 달을 고려해야 한다

월급이 일정해도 생활비는 계절에 따라 변한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들고, 여름에는 에어컨 전기료가 올라간다. 내 경우 겨울 난방비가 월 12만 원, 여름 전기료가 월 8만 원 정도였다. 봄가을과 비교하면 월 2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그리고 의류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새 옷을 사는 달과 안 사는 달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저축액을 정할 때는 ‘가장 돈이 많이 나가는 달’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내 경우 12월이 가장 지출이 많았다.

난방비 + 선물비 + 명절 비용으로 월 280만 원이 나갔다. 그래서 역으로 계산했다.

월급 380만 원에서 280만 원을 빼면 100만 원이 남는다. 이 100만 원을 저축으로 잡되, 평상시에는 여유가 있으니 좀 더 모을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결국 월 80만 원이 나온 거다.

저축 계좌와 생활 계좌를 분리하기

월급을 받는 계좌에서 저축액을 자동이체로 빼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나는 월급을 받는 날 같은 날에 다른 은행 계좌로 80만 원을 옮기도록 설정했다. 그러면 생활 계좌에는 300만 원만 남는다. 이 30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거다.

이렇게 분리하니까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저축 계좌는 ‘건드리면 안 되는 돈’이 됐고, 생활 계좌는 ‘이 안에서 살아야 하는 돈’이 됐다. 처음 3개월은 월급이 300만 원인 줄 알고 생활했다. 신기하게도 적응이 빨랐다. 4개월차부터는 300만 원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월급이 올라갔을 때 추가분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게 더 어려웠다.

월급이 올랐을 때 저축액을 늘려야 하는 이유

올해 3월, 월급이 380만 원에서 420만 원으로 올랐다. 40만 원 인상이었다. 이 40만 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생활비에 포함시킬 수도, 저축에 포함시킬 수도 있었다. 나는 이 40만 원의 70%인 28만 원을 저축에, 30%인 12만 원을 생활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면 월 저축액이 80만 원에서 108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월급이 올라갔을 때 생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축을 늘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월급이 올라갔다고 해서 생활비를 대폭 늘리면, 나중에 월급이 떨어졌을 때 적응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축을 먼저 빼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면, 월급 변동에 덜 민감해진다.

정리하면서 깨달은 것

돈을 모으는 건 결국 ‘얼마를 모을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를 써야 하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거다. 월급 대비 저축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 월급 380만 원에서 생활비 240만 원이 필요했고, 거기에 예상치 못한 지출 60만 원을 남겨두고, 나머지 80만 원을 저축했다. 이게 월급의 21%였다.

처음엔 이 수치가 너무 적은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1년을 모으니 960만 원이 됐다. 2년 차에는 월 108만 원을 모으고 있으니, 연 1,296만 원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속도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다. 무리해서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수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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