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속도만 빠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3월에 고속 충전기를 처음 샀다. 49,800원짜리 65W짜리였다. 그전까진 휴대폰이랑 태블릿을 각각 다른 충전기로 충전했는데,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니까 한 번에 여러 기기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광고에선 ‘0분 만에 80% 충전’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떨까 궁금했다.
생각보다 발열이 심했다
첫 번째 충전을 했을 때 놀랐다. 충전기 몸체가 따뜻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손으로 잡기 불편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특히 휴대폰과 태블릿을 동시에 충전할 땐 더 심했다. 내 경우 태블릿이 22,000mAh 용량이라 시간이 꽤 걸리는데, 2시간 정도 연속 충전하면 충전기가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처음엔 불량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같은 모델을 쓰는 지인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고속 충전은 본질적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거니까 열이 나는 게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 충전 속도는 광고와 다르다
휴대폰 한 대만 충전할 땐 광고 그대로였다. 0%에서 80%까지 약 35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태블릿도 함께 충전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 기기를 동시에 꽂으면 각각의 충전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휴대폰이 80%까지 가는 데 50분, 태블릿은 2시간 이상 걸린다. 충전기가 전력을 나눠서 공급하기 때문이다.
광고에서 말하는 고속 충전 속도는 한 기기만 충전할 때만 적용된다는 뜻이다.
케이블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처음엔 충전기만 사고 집에 있던 USB-C 케이블을 썼다. 그런데 충전 속도가 예상보다 느렸다. 나중에 알아보니 케이블도 고속 충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케이블을 고속 충전용으로 바꾸니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추가로 15,000원을 더 썼다. 고속 충전기를 사려면 케이블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가
내 경우엔 출근 전 30분 안에 휴대폰을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다. 일반 충전기론 50%도 못 채우는데, 고속 충전기면 80% 이상 채울 수 있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밤새 충전하는 상황이라면 고속 충전기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발열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배터리는 서서히 충전될 때 더 오래간다.
구매 전에 확인할 것들
고속 충전기를 사기 전에 먼저 내 기기들이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형 휴대폰이나 태블릿은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아무리 빠른 충전기를 사도 소용없다. 또 동시에 여러 기기를 충전할 계획이라면 포트 개수도 중요하다.
내 충전기는 USB-C 포트 2개가 있는데, 여전히 부족할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발열 관리를 위해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충전하는 게 좋다.
침대 아래나 베개 근처에서 충전하면 화재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