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처럼 생각했던 게 첫 실수
작년 여름, 노트북 포트 부족으로 USB 허브를 샀다. 마우스, 키보드, 외장 SSD 세 개를 동시에 연결해야 했는데 포트가 2개뿐이었다.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골랐다. 8천 원짜리 4포트 허브였다.

처음 연결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멀티탭처럼 포트를 늘려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냥 꽂으면 되는 줄 알았다.
첫 주에 드는 의심
3일 정도 쓰다 보니 이상한 점을 느꼈다. 외장 SSD에 파일을 옮길 때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 보통 초당 80MB 정도 나오는데 허브를 거치니 30MB 정도로 떨어졌다. 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처음엔 외장 SSD가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허브를 빼고 노트북에 직접 연결하니 다시 80MB가 나왔다. 허브 때문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USB 허브가 전기만 나눠주는 게 아니라 대역폭(bandwidth)도 나눠준다는 걸 말이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걸 실제로 경험하게 된 셈이었다.
1개월 뒤, 전력 부족의 신호
한 달쯤 지났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쓸 때 가끔 끊겼다. 마우스 포인터가 1초 정도 멈췄다 다시 움직이는 식이었다. 처음엔 배터리 문제인 줄 알았는데, 배터리를 교체해도 반복됐다.
조사해 보니 USB 허브도 전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산 허브는 노트북에서 전력을 빨아먹는 버스파워(bus-powered) 방식이었다. 노트북이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정해져 있는데, 여러 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니 부족했던 것 같았다.
그때부터 외장 SSD를 빼고 마우스와 키보드만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허브를 샀는데 결국 2개 기기만 쓸 수 있게 된 셈이었다.
3개월 뒤, 후회와 계산
3개월이 지난 지금, 내가 이 허브에 쓴 돈은 8천 원이지만 잃은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시간이다. 파일 옮길 때마다 속도가 느려서 답답했다. 월 2~3회 외장 SSD로 작업하는데, 매번 10분씩 더 기다린 셈이다. 3개월에 1시간 정도 낭비했다.
둘째, 기회비용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허브를 샀으면 이 모든 문제가 없었다. 좋은 제품은 보통 3만 원대다. 2만 2천 원을 더 썼으면 전력 공급 포트가 따로 있는 제품을 샀을 수 있었다.
셋째, 심리적 스트레스다. 기기가 끊길 때마다 “왜 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물건이지만 매일 쓰는 거라 신경이 계속 쓰였다.
지금 이 시점에 알아야 할 것
2026년 지금, USB 허브 시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내 것과 같다. 저가 제품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포트 수만 세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다음 두 가지가 훨씬 중요하다.
첫째, 전력 공급 방식이다. 버스파워 방식은 노트북의 전력을 쓰고, 어댑터를 따로 연결하는 방식이 있다. 3개 이상의 기기를 동시에 쓸 계획이면 어댑터가 있는 제품을 사야 한다. 가격 차이는 대략 1만 5천 원 정도다.
둘째, USB 버전이다. USB 3.0, 3.1, 3.2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외장 SSD를 쓸 거면 최소 3.1 이상이어야 속도가 나온다. 3.0만 있는 제품은 저가지만, 속도 때문에 결국 후회하게 된다.
내 경험으로는 USB 허브는 “싼 물건”이 아니라 “자주 쓰는 물건”이다. 매일 책상에서 만나는 거라 품질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처음부터 조금 더 쓰고 제대로 된 걸 사는 게 나중에 돈도 시간도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