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을 맞기 전까지
작년 겨울,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공기청정기를 샀다. 가격표만 봤다. 48만 원짜리 중형 모델. 판매원은 ‘하루 종일 켜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구매 후 1주일은 신기했다. 공기가 맑아지는 게 느껴졌고, 필터 교체 주기도 대충 봤다. 3개월마다 교체하면 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전기료 청구서를 받고 멍했다.
첫 달, 전기료가 올라간 이유
공기청정기를 하루 종일 켜두니 월간 전기료가 평소보다 12,000원 올랐다. 연 144,000원이다. 필터 교체비는 따로였다. 3개월마다 35,000원짜리 필터를 사야 했다. 1년에 140,000원.
전기료와 필터비를 합치면 연 284,000원이었다. 처음엔 ‘공기 질이 중요하니까’라고 생각했는데, 이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1개월이 걸렸다.
더 문제는 사용 패턴이었다. 밤새 켜두면 전기료가 더 올랐다. 하루 12시간 사용 기준이 아니라 24시간 켜두면 월 20,000원까지 올라갔다.
3개월 차, 필터 교체 주기의 현실
판매원은 ‘3개월마다’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달랐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씨에 종일 켜두니 2개월 반쯤 필터가 검게 변했다. 교체를 미루면 공기청정 효율이 뚝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 2개월마다 교체하게 됐다. 연 6회 × 35,000원 = 210,000원. 처음 계획보다 70,000원이 더 들었다.
이 시점에서 깨달은 게 있다. 공기청정기는 구매가 아니라 구독 비용이라는 것. 매달 전기료와 필터비가 계속 나간다.
6개월 차, 후회와 계산
반년을 써본 결과, 공기청정기의 실제 비용은 이랬다.
구매 가격 48만 원 + (월 전기료 1만 5천 원 × 6개월) + (필터비 3만 5천 원 × 3회) = 약 63만 원.
첫 구매가 아니라 6개월간의 누적 비용이 63만 원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계속된다. 내년에도 연 28만 원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만약 처음부터 이 비용을 알았다면, 공기청정기를 사기 전에 다른 선택지를 고민했을 거다. 환기를 더 자주 하거나,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기다리거나.
지금 사려는 사람들에게
공기청정기는 필요한 물건이다. 하지만 구매 결정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첫째, 월간 전기료를 미리 계산해보자. 제품 스펙에 적힌 소비전력(대략 50~100W)으로 하루 사용 시간을 곱하면 대략 나온다. 둘째, 필터 가격과 교체 주기를 확인하자. 판매원 말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 후기를 찾아보는 게 좋다. 셋째, 1년 운영비(전기료 + 필터비)를 미리 써보고 그 비용이 감당 가능한지 판단하자.
공기청정기는 사고 나서도 계속 돈이 나간다. 그걸 알고 사면 후회가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