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동료가 월급 통장을 보여줬다. 실수로 화면을 켜 둔 거였는데, 월급이 들어온 다음 날 이미 150만 원이 빠져 있었다. 적금, 펀드, 보험료.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그걸 보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떼어낼 수 있는 금액이 정확히 얼마일까.
20대 초반에는 저축이라는 게 추상적으로만 느껴진다. 월급이 들어오면 일단 쓰고, 남으면 넣는 식이었다. 하지만 26년에 접어들면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자산 관리를 시작하는 걸 보니 불안해졌다. 그래서 나도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다. 내 월급에서 정확히 얼마를 떼어낼 수 있을까.
월급의 10%가 기준이라는 말, 실제로 가능한가
재테크 책들은 대부분 월급의 10%를 저축하라고 한다. 월급이 250만 원이면 25만 원.
들리기에는 간단하다. 하지만 내 경우를 계산해보니 달랐다.
월급 280만 원에서 세금과 보험료가 나가고, 월세 110만 원, 통신비 4만 5천 원, 식비 50만 원, 교통비 8만 원을 빼면 남는 게 많지 않았다. 28만 원을 저축하려면 나머지 생활비는 거의 숨을 쉴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접근을 바꿨다. 10%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빼낼 수 있는 금액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 3개월간 내 통장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빼낼 수 있는 금액은 월 15만 원 정도였다. 책에서 말하는 25만 원이 아니라 15만 원. 처음엔 너무 적다고 생각했는데,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다시 읽으니 마음이 놓였다.
처음 15만 원을 어디에 넣을지 고민한 3주
월 15만 원을 정하고 나니 다음 고민이 생겼다. 이 돈을 어디에 넣을까. 적금? 펀드? 주식? 나는 3주 동안 계산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적금은 이자가 약 3% 정도인데, 15만 원을 1년 모으면 이자가 2천 원 정도다. 너무 적었다. 펀드는 수수료가 약 0%에서 1%인데, 초기 금액이 작으니 수수료가 더 아팠다.
결국 나는 ETF를 선택했다.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월 15만 원씩 넣기로 했다.
첫 달에 샀을 때 가격은 주당 약 68,000원이었다. 15만 원으로 2주를 샀다.
그 다음 달에는 가격이 올라 있었고, 그 다음달엔 또 올라 있었다. 지금까지 6개월간 총 90만 원을 넣었는데, 평가 손익은 플러스 7만 원 정도다.
적금으로 받는 이자보다는 훨씬 크다.
20대가 놓치기 쉬운 것, 시간이라는 자산
월 15만 원은 큰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이 금액이 30년 동안 쌓인다면 어떨까. 월 15만 원을 30년 동안 넣으면 원금만 5,400만 원이다. 여기에 평균 수익률 7%를 가정하면 1억 원을 넘는다. 책에서 읽었던 복리의 힘이 이 정도였나 싶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월 15만 원을 꾸준히 넣기. 욕심을 내서 30만 원을 억지로 넣었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 15만 원을 계속하는 게 낫다. 이게 내가 지난 3개월간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월급에서 떼어낼 수 있는 금액을 정하는 방법
혹시 나처럼 월급에서 얼마를 떼어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해보길 권한다. 먼저 지난 3개월간의 통장을 보자.
실제로 쓴 돈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첫 단계다. 나는 이 과정에서 카페에서 쓰는 돈(월 12만 원), 배달음식(월 8만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강제로 줄이지 않았다. 대신 현실적인 수준에서 저축액을 정했다.
다음은 그 금액을 어디에 넣을지 정하는 것이다. 적금, 펀드, ETF, 주식 등 선택지가 많지만, 처음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ETF를 선택했지만, 누군가는 적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선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난 6개월간 나는 이걸 배웠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들다
20대는 가장 강력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월 15만 원이라도 지금 시작하면, 30년 뒤에는 엄청난 자산이 된다. 반면 30대가 되어서 시작하면, 같은 금액을 넣어도 시간이 10년 적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나는 지금 월 15만 원을 ETF에 넣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 금액이 30년 동안 쌓인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혹시 월급에서 떼어낼 금액을 고민 중이라면, 지금 바로 계산해보길 권한다. 책에서 말하는 10%가 안 되더라도 괜찮다. 5%든 3%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