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사러 가기 전에
2026년 초에 처음 남자 시계를 제대로 사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복잡했다. 가격대는 15만 원부터 10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었고, 자동 시계니 쿼츠니 하는 말들도 있었다.
결국 30만 원대 자동 시계 하나와 12만 원대 쿼츠 시계 하나를 번갈아 써보기로 했다. 지금 5개월째 두 시계를 번갈아 차고 다니는데, 처음 샀을 때와 지금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동 시계의 현실, 3주 써본 후
자동 시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이었다. 처음 1주일은 완벽했다.
하지만 2주차부터 하루에 5초~10초 정도 느려지기 시작했다. 한 달 뒤에는 대략 분 단위로 밀렸다.
30만 원대 시계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시계방을 찾아갔고, 조정비용으로 5만 원을 더 썼다.
조정 후 일주일은 다시 정확했지만, 3주가 지나니 또 밀렸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동 시계는 ‘정확함’을 기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손목에 차는 감각은 좋았다. 무게감이 있었고, 시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일상에서 정확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 자동 시계의 오차로 인해 불편했다. 특히 회의 시간 같은 중요한 약속에서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면 시계를 차는 의미가 반감되지 않나 싶었다.
쿼츠 시계의 장점, 예상 밖이었던 부분
12만 원대 쿼츠 시계는 처음에 ‘싸구려 시계’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써보니 달랐다. 일주일 단위로 시간을 확인해도 오차가 거의 없었다. 배터리도 2년 정도 간다고 했는데, 지금 5개월 차니 여전히 멀쩡하다. 배터리 교체비가 대략 8천 원~1만 원 정도라고 들었으니 유지비도 저렴했다. 무엇보다 시계방에 갈 일이 없다는 게 편했다.
다만 손목에 차는 감각은 자동 시계보다 가벼웠다. 무게가 대략 60그램 정도로 차고 있다는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시침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중에 시계 소리가 신경 쓰일 일이 없으니까.
가격대별로 고르는 방법
10만 원대 쿼츠 시계는 기본기만 충실했다. 정확함, 내구성, 유지비.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그게 강점이었다. 20만 원대부터는 자동 시계가 많이 나온다.
이 가격대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30만 원대 자동 시계를 샀을 때 느낀 건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정확도가 크게 올라가진 않는다는 거였다.
대신 디자인, 케이스 재질, 무브먼트의 세밀함 같은 것들이 달라진다.
50만 원대 이상 시계는 실제로 써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시계 커뮤니티에서 본 글들을 보면 정확도 자체보다는 컬렉션 가치나 투자 가치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실생활용으로는 30만 원대가 상한선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사무직이고 회의가 많으면 정확한 시간이 중요하니 쿼츠가 낫다. 반대로 손목 움직임이 많은 일을 하거나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자동 시계의 자동 와인딩 기능이 도움이 된다. 내 경우 사무직이라 쿼츠 시계를 더 자주 찬다. 특히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에는 무조건 쿼츠를 선택한다.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유지비다. 자동 시계는 3년~5년마다 오버홀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오버홀 비용이 대략 15만 원~30만 원 정도다. 쿼츠는 배터리만 바꾸면 되니 훨씬 저렴하다. 5년간 쓴다고 가정하면 자동 시계의 총 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결국 뭘 사야 할까
정확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쿼츠를 추천한다. 특히 10만 원대 쿼츠 시계면 충분하다. 정확도 면에서는 50만 원대 자동 시계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대신 손목에 차는 감각, 시침이 움직이는 감정적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자동 시계를 고려해도 좋다. 다만 정확도 오차와 유지비를 감수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고 사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두 시계를 번갈아 찰 것 같다. 쿼츠로 일상의 정확함을 챙기고, 자동 시계로는 주말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찬다. 시계를 사기 전에 내가 뭘 우선으로 생각하는지 5분만 생각해보면 고르는 게 훨씬 쉬워질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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