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충전기 사면서 간과한 것, 전자기기 수명이 줄어든다는 사실

지난겨울, 회사 책상에 고속 충전기 3개를 놨다. 점심시간마다 핸드폰을 30분 만에 80%까지 채우는 게 얼마나 편한지 몰랐다. 하지만 3개월 뒤 배터리가 이상했다. 아침에 충전해도 오후 3시면 20% 이하로 떨어졌다. 처음엔 배터리 자체가 불량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속 충전의 대가였다.

고속 충전이 배터리를 얼마나 빨리 닳게 하는가

고속 충전기는 짧은 시간에 큰 전류를 흘려보낸다. 일반 5W 충전기가 1시간에 천천히 에너지를 공급한다면, 고속 충전기는 30분 안에 같은 양을 밀어 넣는다. 배터리 입장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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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ungnguyen0905 / pixabay

내가 쓰던 핸드폰은 정격 용량이 4000mAh였다. 고속 충전기(25W)로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번씩 부분 충전을 했다. 3개월 뒤 배터리 용량이 3200mAh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약 20% 정도 손실된 거다. 일반 5W 충전기를 쓰던 지인은 같은 기간에 용량 손실이 5% 미만이었다.

배터리 셀 내부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 고속 충전은 그 반응을 억지로 가속한다. 열도 많이 난다. 충전기에서 나오는 열, 핸드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이 겹치면서 배터리 화학 물질이 빠르게 열화된다.

편리함이 비용으로 돌아오는 순간

고속 충전기의 진짜 문제는 충전 속도가 아니라, 그걸 쓰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배터리 교체 비용을 생각해 보자. 최신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는 대략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다. 고급형 모델은 15만 원대도 있다.

내 경우 고속 충전기로 절약한 시간은 하루 20분 정도였다. 하루에 3번, 한 번에 5분씩. 그 대신 배터리 수명이 6개월 단축됐다. 원래 2년 반을 쓸 수 있는 배터리가 2년으로 줄어든 것이다. 시간으로는 20분을 얻었지만, 비용으로는 10만 원을 잃었다.

더 황당한 건, 고속 충전기 자체는 싸다는 거다. 2만 원대 제품들도 많다. 그런데 그걸 쓰기 위해 더 비싼 배터리 교체를 앞당기게 된다.

지금 내가 쓰는 방식

그 경험 이후로 충전 방식을 바꿨다. 집에서는 여전히 고속 충전기를 쓴다. 하지만 충전 방식이 달라졌다. 배터리가 30%까지 떨어지면 그때 고속 충전으로 80%까지만 채운다. 마지막 20%는 일반 5W 충전기로 천천히 채운다. 그렇게 하면 배터리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

회사에서는 고속 충전기를 치웠다. 대신 일반 충전기 하나만 책상에 둔다. 점심시간에 충전하면 저녁까지는 버틴다. 급할 때만 고속 충전기를 쓴다.

고속 충전기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매일 쓸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필요한 순간, 정말 빨리 충전해야 할 때만 꺼내 쓰면 된다. 그게 배터리도 오래 가고, 결국 지갑도 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