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허브 연결했을 때 속도가 뚝 떨어지는 이유

왜 USB 허브를 쓰면 느려질까

작년 가을, 회사 책상이 좁아서 USB 허브를 샀다. 노트북에 연결하고 외장 SSD, 마우스, 키보드를 다 꽂았다. 그날 오후에 파일을 옮기는데 속도가 이상했다. 평소에는 100MB 파일이 3초 안에 옮겨지는데 그날은 10초가 걸렸다. 처음엔 허브 때문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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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tockSnap / pixabay

나중에 알고 보니 USB 허브의 대역폭 문제였다. USB 3.0 허브는 최대 5Gbps의 속도를 제공하는데, 여러 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면 그 속도를 나눠 써야 한다. 외장 SSD가 4Gbps를 쓰고 있으면 나머지 기기들은 1Gbps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허브 선택할 때 정말 봐야 할 것

USB 허브를 고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트 개수만 센다. 4개, 7개, 10개 이렇게.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전력 공급 방식이 첫 번째다. 노트북에서 직접 전원을 받는 허브와 어댑터로 독립 전원을 받는 허브는 완전히 다르다. 직접 전원을 받는 허브는 노트북 배터리를 빠르게 소모한다. 내 경우 독립 전원 허브로 바꾸니 노트북 배터리가 30분은 더 가더라.

두 번째는 포트별 독립 제어 여부다. 좋은 허브는 각 포트에 독립적인 전원 관리 칩이 들어있다. 한 포트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포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싼 허브는 모든 포트가 같은 회로를 공유해서 하나가 고장 나면 전체가 먹통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USB 규격이다. USB 3.0, USB 3.1, USB 3.2는 이름만 비슷하지 속도가 다르다. USB 3.0은 5Gbps, USB 3.1은 10Gbps, USB 3.2는 20Gbps다. 외장 SSD를 쓸 계획이라면 최소 USB 3.1 이상을 봐야 한다.

실제로 차이가 나는 상황들

지난 3월에 회사에서 영상 편집 작업을 했다. 4K 영상 파일을 USB 허브 거쳐서 외장 SSD에 옮기는 작업이었는데, USB 3.0 허브로는 30분이 걸렸다. 같은 파일을 USB 3.1 허브로 옮기니 12분에 끝났다. 거의 3배 차이였다.

또 다른 경험은 동시 연결이다. 작년 12월에 마우스, 키보드, 외장 하드, USB 메모리를 한 번에 꽂았다. 허브가 좋은 제품이었는데도 마우스 반응이 약간 느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외장 하드가 전체 대역폭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우스는 남은 40% 중에서 다른 기기들과 나눠 쓰고 있었던 거다.

결론은 간단했다. 자주 쓰는 기기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 외장 SSD를 자주 쓰면 USB 3.1 이상, 마우스와 키보드만 주로 쓰면 USB 3.0도 충분하다.

허브 대신 직접 연결하는 게 나을 때

USB 허브가 항상 답은 아니다. 노트북에 포트가 2개 이상 있다면 자주 쓰는 기기는 직접 연결하고 가끔 쓰는 것만 허브에 꽂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외장 SSD는 노트북에 직접, 마우스와 키보드는 허브에 꽂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SSD는 최대 속도를 유지하고 마우스, 키보드는 허브의 남은 대역폭을 쓴다. 내 책상도 지금 이렇게 정리했고 속도 문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USB 허브는 편의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속도가 필요한 기기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