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를 사게 된 이유 — 첫 번째 실패부터 솔직하게 씁니다
2026년 1월, 거실 벽면을 스크린으로 쓰고 싶어서 처음으로 빔 프로젝터를 샀습니다. 고른 건 엡손(Epson) EH-TW750, 당시 쿠팡에서 약 62만원에 구매했어요.

소파에서 벽까지 거리가 대략 3.2미터 정도 되는 평범한 아파트 거실이었고, 100인치 화면을 띄우고 싶었습니다. 장초점 방식이라 소파 뒤쪽 선반 위에 올려두면 딱 맞는 거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설치해보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선반 위에 올리면 천장 조명이 화면 위쪽을 가로지르고, 바닥에 내려두면 소파에 앉은 사람 머리가 화면 중간을 막아버렸어요.
천장에 마운트를 달아야 하는데 전세 집이라 천장에 구멍을 뚫기가 부담스러웠고, 결국 3개월을 어정쩡하게 쓰다가 단초점 제품으로 교체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로 고른 건 LG 시네빔 HU715QW, 4월에 약 189만원 주고 샀어요.
가격 차이가 꽤 크죠. 두 제품을 각각 3개월 이상 써보면서 느낀 점을 비교해서 정리해봤습니다.
좋았던 점 — 장초점과 단초점, 각자 잘하는 게 달랐습니다
장초점인 엡손 EH-TW750은 화질 대비 가격이 진짜 좋았어요. 62만원짜리인데 밝기가 약 3,000루멘이라 낮에 커튼을 쳐도 화면이 제법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색감도 자연스러워서 영화 볼 때 특히 만족스러웠고, 입력 지연도 게임 모드 기준 약 16ms 수준이라 격렬한 액션 게임만 아니면 크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스피커 내장이라 따로 블루투스 스피커 없이도 작은 방에서는 충분히 쓸 만했습니다.
반면 LG 시네빔 HU715QW는 설치 편의성이 압도적이었어요. 벽에서 불과 약 20cm 앞에 두면 100인치가 나오거든요.
TV 스탠드 옆에 그냥 밀어두면 끝이라 전세 집에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었습니다. 4K 해상도에 밝기도 약 2,500루멘인데, 단초점 특성상 빛이 아래에서 위로 쏘는 구조라 조명 간섭을 덜 받아서 실제 체감 밝기는 더 좋게 느껴졌어요.
처음 켰을 때 화면 선명도에 진짜 감탄했습니다. 4K답게 텍스트 가독성이 장초점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였어요.
아쉬운 점 — 둘 다 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장초점 엡손 EH-TW750의 가장 큰 단점은 앞서 말한 설치 문제입니다. 100인치를 띄우려면 벽에서 약 2.8미터에서 3미터 거리가 필요한데, 이 공간을 확보하면서 광원 위치까지 맞추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어요.
결국 저처럼 천장 마운트를 달 수 없는 환경이라면 장초점은 꽤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도 풀HD라 4K 콘텐츠를 볼 때 아쉬움이 남았고요.
LG 시네빔 HU715QW는 가격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약 189만원이면 중급형 OLED TV를 살 수도 있는 돈이거든요.
그리고 단초점 특성상 화면 하단 가장자리가 약간 왜곡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맨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 달쯤 쓰다 보니까 영화 자막이 화면 아래 끝에 걸릴 때 글자가 살짝 늘어나 보이는 게 눈에 밟히기 시작했습니다.
키스톤 보정을 해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또 팬 소음이 생각보다 있었는데, 조용한 영화 장면에서는 “웅”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어떤 상황에 어느 쪽이 맞는지 — 구매 전 참고할 점
설치 환경이 자유롭고 예산이 50만원에서 80만원 사이라면 장초점 방식이 훨씬 가성비가 좋습니다. 천장 마운트를 달 수 있는 자가 주택이나 원룸처럼 벽 뒤 공간이 넉넉한 경우라면 엡손 EH-TW750 같은 풀HD 장초점 제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홈시어터 환경을 만들 수 있어요.
반대로 전세나 월세 집에서 벽에 구멍을 못 뚫는 상황이거나, 거실 공간이 좁아서 프로젝터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면 단초점 쪽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합니다. 다만 예산이 150만원 이상은 잡아야 4K 단초점 제품을 고를 수 있고, 그 이하 단초점 제품들은 해상도나 밝기에서 타협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어요.
반대로 화질보다 가격이 우선이고 설치 환경만 맞다면 장초점이 정답입니다. 두 대 써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 내 집 구조에 맞는 방식을 먼저 고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저처럼 방식을 잘못 골라서 두 번 사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