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이체가 편하다고 해서 무조건 정답은 아니었다
작년 11월, 월급이 들어오는 날 자동으로 200만 원을 적금 계좌로 옮기는 설정을 했다. 재테크 블로그들이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3개월쯤 지나니 뭔가 이상했다. 돈이 빠져나가는 건 느껴지지 않는데, 정작 남은 생활비로는 뭔가 자꾸 모자란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올해 2월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자동이체를 끄고 매달 직접 손으로 이체하기로 한 것이다.
6개월을 번갈아가며 써보니 둘 다 장점과 약점이 있더라. 단순히 ‘자동이체가 더 편하다’는 식의 조언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자동이체 — 일관성은 강하지만 통제감이 떨어진다
자동이체의 가장 큰 장점은 매달 똑같은 금액을 빠짐없이 옮긴다는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간 자동이체로 200만 원씩을 빼니 총 800만 원이 모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8백만 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심리였다. 자동으로 빠져나가니까 마치 그 돈이 원래 없는 돈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남은 생활비 범위 안에서 쓰는 건 맞는데, 자꾸 ‘왜 이 달은 여유가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3월에 한 번, 5월에 한 번 자동이체 금액을 일시적으로 줄여야 했다. 급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이체는 규칙적이지만 유연성이 떨어진다.
또 하나는 매달 얼마를 모으는지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설정해두고 잊어버리니까 ‘내가 월급의 몇 퍼센트를 저축하고 있는지’ 같은 감각이 흐릿해진다. 나중에 통장을 정산할 때 ‘어? 이렇게 모였어?’라는 식으로 뒤늦게 깨닫게 된다.
수동이체 — 번거롭지만 통제감과 의식이 생긴다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수동으로 이체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월급이 들어온 다음 날, 내가 직접 앱을 열어 200만 원을 옮기는 것이다. 30초 정도 걸린다.
이 30초가 생각보다 중요했다. 매달 한 번씩 ‘내가 얼마를 모으는지’ 직접 확인하게 된다. 통장에 200만 원이 빠져나가는 걸 눈으로 본다. 그러니까 ‘아, 월급의 40%를 저축하고 있구나’ 같은 감각이 생겼다. 자동이체 때는 없던 의식이다.
더 중요한 건 유연성이었다. 4월에 예상 밖의 의료비가 생겼을 때 나는 그 달만 150만 원을 이체했다. 자동이체라면 설정을 바꿔야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과정이 번거로웠을 텐데, 수동이체는 그 달만 ‘아, 이 달은 200만 원이 아니라 150만 원을 빼야겠다’고 판단하고 실행했다. 그리고 5월부터 다시 200만 원으로 돌아갔다.
다만 번거로움은 있다. 6개월간 5번 이체하면서 ‘아, 또 해야 하나’ 싶은 날도 있었다. 특히 바쁜 달에는 이체하는 걸 자꾸 미루게 됐다. 한 번은 월급이 들어온 지 4일째에야 이체했다.
결국 뭘 선택할 것인가
6개월을 비교해보니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동이체가 좋은 경우: 월급이 정해져 있고, 생활비 범위도 안정적인 사람. 특히 처음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이체로 ‘습관’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나는 작년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간 자동이체로 규칙을 만들 수 있었다.
수동이체가 좋은 경우: 월급이 불규칙하거나, 예상 밖의 지출이 자주 생기는 사람. 또는 저축 과정 자체를 의식하고 싶은 사람. 나는 2월부터 수동으로 바꾼 뒤 ‘내가 월급의 40%를 모으고 있다’는 감각이 훨씬 명확해졌다.
내 경우는 결국 둘을 섞기로 했다. 기본 저축액 150만 원은 자동이체로 설정하고, 추가로 모을 수 있는 50만 원은 월마다 상황을 보며 수동으로 이체한다. 이렇게 하니 규칙성도 있고 유연성도 있었다. 6개월간의 실험이 이 결론에 도달하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