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사기 전에, 내가 놓쳤던 것

작년 여름, 휴가 가서 아이들 물놀이하는 장면을 남기고 싶었다. 액션캠이 좋다는 말을 들었고, 그날 저녁 온라인 쇼핑몰에서 30만 원대 제품을 샀다. 배송받은 다음 날, 방수 테스트를 해봤다. 수심 30센티미터 욕조에 5분 넣어두고 꺼냈다. 렌즈 안쪽이 습기로 흐릿했다. 제품 사양에는 분명 ‘수심 30미터 방수’라고 적혀 있었는데.

고객센터에 연락했더니 답변이 명확했다. 방수 사양은 정적 방수일 뿐, 물의 압력이나 움직임이 있으면 다르다는 것. 결국 그 액션캠은 욕실 선반에 놓인 지 8개월째다.

사양과 실제 사용의 차이

액션캠을 고르면서 가장 먼저 보는 게 해상도와 방수 등급이다. 4K 60fps, 방수 30미터, 손떨림 보정 같은 숫자들. 그런데 이 숫자들이 실제 영상 품질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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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launchpresso / pixabay

4K는 맞다. 선명하다. 하지만 액션캠은 센서가 작다.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훨씬 작다. 그래서 저조도 환경에서는 노이즈가 심하게 들어간다. 해가 지난 후 저녁 6시쯤 촬영하면 화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로 내가 찍은 영상들을 보니 맑은 날 낮에만 쓸 만했다.

방수도 마찬가지다. 정적 방수와 동적 방수는 다르다. 수심이 깊을수록, 물이 빠르게 흐를수록 위험하다. 래프팅이나 급류에서 쓸 거라면 방수 등급이 높아야 하는데, 그 정도 제품은 50만 원을 넘는다.

렌즈 종류가 화질을 결정한다

액션캠을 고를 때 내가 놓친 게 하나 더 있었다. 렌즈 각도다. 대부분 170도 광각 렌즈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광각이면 넓게 담을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광각은 렌즈 가장자리가 휘어진다. 직선이 곡선으로 보인다. 사람 얼굴을 촬영하면 코가 튀어나와 보인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액션캠 제조사들이 렌즈 교환형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표준 렌즈 90도, 광각 170도, 초광각 200도 이렇게 여러 개를 바꿔가며 쓸 수 있다. 가격은 기본형보다 15만 원 정도 비싸지만, 촬영 상황에 따라 렌즈를 바꾸면 훨씬 자연스러운 영상이 나온다.

배터리와 저장 공간의 현실

액션캠 배터리는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간다. 그게 공식 수치다. 실제로는 더 짧다. 4K 60fps로 촬영하면 45분 정도에서 끝난다. 손떨림 보정을 켜면 더 빨리 닳는다.

그래서 배터리를 여러 개 사야 한다. 기본 배터리 1개에 추가 배터리 2개면 대략 3시간 정도 촬영할 수 있다. 추가 배터리 2개에 3만 원 정도 든다. 처음 구매 가격에서 생각 못 한 비용이다.

저장 공간도 마찬가지다. 4K 영상은 1분에 약 600메가바이트를 먹는다. 1시간 촬영하면 36기가바이트다. 기본 메모리 카드가 64기가바이트면 영상 한 시간 반이 한계다. 여행 가서 3일을 촬영하려면 메모리 카드를 여러 장 사거나 매일 컴퓨터에 백업해야 한다.

지금 내가 아는 것

액션캠은 특정한 용도에만 좋다. 맑은 날씨의 야외 활동, 수심이 얕은 물놀이, 하이킹 같은 상황에서는 정말 편하다. 작고 가볍고 튼튼하니까. 하지만 실내 촬영, 저조도 환경, 깊은 물에서는 다른 카메라가 낫다.

작년에 그 30만 원짜리 액션캠을 샀다면, 이번엔 다르게 선택할 것 같다. 렌즈 교환형 모델, 배터리 여러 개, 고속 메모리 카드까지 생각한 총 예산이 60만 원대가 된다. 그 정도면 차라리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액션캠을 고려 중이라면, 사양표만 보지 말고 먼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쓸 건지 생각해보는 게 낫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