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시작한 펀드, 3년 뒤 통장을 봤을 때

2023년 10월, 나는 첫 월급을 받고 바로 펀드 계좌를 개설했다. 당시만 해도 ‘재테크’라는 단어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통장에 돈이 모이는 게 불안했다. 은행 금리는 3% 정도였고, 뉴스에서는 자꾸 인플레이션 얘기를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월 15만 원, 미국 S&P500 지수펀드.

지금은 2026년 5월이다. 정확히 2년 7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뭐가 달라졌는지, 뭐가 같은지 정리해봤다.

처음 3개월, 수익률 -8%에서 깨달은 것

펀드를 샀던 10월부터 12월까지는 지옥이었다. 첫 달에 15만 원을 넣고 1주일 뒤 계좌를 봤을 때 이미 -3,000원이었다. 손해를 봤다. 당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은행에 넣으면 이자가 나오는데, 펀드는 돈을 잃는 상품이구나 싶었다.

12월에는 더 심했다. 세 달 누적 수익률이 -8%까지 떨어졌다. 계산해보니 18만 원을 넣었는데 14,400원이 사라진 거였다. 그 순간 나는 중요한 걸 배웠다. 펀드는 단기 상품이 아니라는 것. 3개월 만에 수익을 기대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계좌 앱을 삭제했다. 정말로.

6개월 뒤, 플러스로 돌아섰을 때

2026년 4월, 6개월이 지났을 때 처음 계좌를 다시 켰다. 수익률이 +약 2%였다. 90만 원을 넣었는데 1,890원이 불었다. 적은 돈이지만, 손실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 무렵부터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내 월 15만 원이 더 쌌 가격에 들어가고, 시장이 좋을 때는 비싼 가격에 들어간다. 평균 매입가가 낮아진다는 걸 알았다. 이게 ‘적립식 투자’의 장점이라는 걸 뒤늦게 이해했다. 처음에는 그냥 월급에서 자동이체 되는 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1년 6개월, 수익률 12%를 넘겼을 때의 변화

2026년 4월, 정확히 1년 6개월이 지났을 때 수익률이 +약 12%가 됐다. 270만 원을 넣었는데 32만 원이 불었다. 처음으로 ‘아, 이게 재테크구나’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나는 월 15만 원만 계속 넣지 않았다. 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한 번씩 추가로 100만 원씩 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펀드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1년 반이 지나니 ‘이건 장기 자산이다’라는 확신이 생긴 거다. 심리 상태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수익률 12%는 절대 크지 않다는 것. 연 8% 정도가 평년 수익률이라고 들었는데, 1년 6개월에 12%면 평범한 수익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오늘 수익률이 얼마’라고 신경 쓰지 않았다.

2년 7개월, 현재 상태

지금 내 펀드 계좌는 이렇다. 누적 입금액 486만 원, 현재 평가액 545만 원, 수익률 +약 12%. 번 돈은 59만 원이다.

2년 전의 나라면 ’59만 원? 그게 뭐 하는 돈이야’라고 생각했을 거다. 근데 지금은 다르게 본다. 이 59만 원은 내가 일해서 번 게 아니라 돈이 자기 몫을 한 거다. 내가 한 일은 월 15만 원을 자동이체하고 보너스 때 추가로 넣은 게 전부다. 나머지는 펀드가 했다.

요즘 내 습관도 바뀌었다. 계좌를 여는 빈도가 줄었다. 월 1~2번 정도만 본다. 수익률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대신 매달 15만 원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마치 보험료 내는 것처럼.

20대가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2년 7개월 동안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재테크는 빠를수록 좋은 게 아니라 오래할수록 좋다는 것. 20대에 시작하면 40년을 할 수 있다. 40년 동안 월 15만 원만 넣어도 계산상 억대가 넘는다. 수익률이 연 8%라면 더 많아진다.

물론 나는 아직 2년 7개월밖에 안 했다. 진짜 장기는 10년, 20년이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넣고 있다. 별로 대단한 결정이 아니다.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일 뿐이다. 하지만 이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결정’이 10년 뒤, 20년 뒤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아직 모른다. 그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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