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대출 갱신 앞두고 고민했던 것
작년 10월 초, 주택담보대출 금리 갱신 시점이 다가왔다. 당시 금리는 약 3% 고정에서 약 2% 변동으로 내릴 수 있다는 은행 제안을 받았다. 약 0%p 차이면 월 상환액이 30만 원 정도 줄어드는 금액이었다. 그날 밤 스프레드시트를 켜서 5년, 10년 뒤 금리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결국 고정금리를 유지했는데, 그 선택의 기준이 된 것들을 정리해본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숫자만으로는 판단 못 하는 이유
은행에서 제시하는 금리 차이는 항상 유혹적이다. 변동금리가 0.5~약 1%p 낮으면 당장의 월 상환액이 눈에 띄게 줄어난다.
하지만 그 숫자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된다. 고정금리는 금리 변동 위험을 은행에 맡기는 대신 지금 당장 높은 금리를 감수하는 것이고, 변동금리는 저금리 혜택을 누리되 향후 금리 인상에 노출되는 것이다.
2026년 현재 금리 환경은 2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당시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약 0%p 싼 것’이 5년 뒤 얼마나 의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택 전에 확인해야 할 7가지
1. 현재 금리 사이클이 어디쯤인가
금리가 정점에 가까우면 변동금리가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금리 인상 초기라면 고정금리로 잠그는 것이 낫다. 2026년 5월 현재, 기준금리는 약 3.0~약 3% 대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정점인지 아직 올라갈 여지가 있는지는 중앙은행의 향후 정책 기조를 봐야 한다. 공식 발표문을 읽고, 경제 뉴스를 몇 주 추적해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2. 내가 금리 변동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
변동금리 대출금이 5억 원이라면, 금리가 1%p 올라갈 때마다 월 상환액이 약 41만 원 증가한다. 3년 뒤 금리가 2%p 올라가면 월 82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금액이 생활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냉정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내 경우 월급 대비 대출금이 크지 않아서 변동금리도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지만, 대출금이 크다면 고정금리의 안정성이 더 매력적이다.
3. 고정금리 기간은 몇 년인가
고정금리도 영구적이지 않다. 보통 3년, 5년, 10년 단위로 고정되고 그 뒤 재설정된다. 내가 선택한 것은 5년 고정금리였다. 5년 뒤 금리가 지금보다 높으면 그때 손해를 본다. 하지만 5년은 충분히 긴 기간이어서 그 사이 추가 소득으로 원금을 더 갚거나, 금리 인상에 대비할 시간이 생긴다. 반면 3년 고정은 너무 자주 재설정되는 부담이 있다.
4. 변동금리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가
일부 금융상품은 ‘금리 상승폭 제한’ 같은 조건이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인상분의 80%까지만 반영’ 같은 식이다. 이런 조건이 있으면 변동금리의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든다. 은행 상담 때 이런 특약 조건을 꼼꼼히 물어봐야 한다.
5. 갱신 수수료가 얼마인가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바꾸거나 그 반대로 바꿀 때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대출액의 0.1~약 0% 정도인데, 5억 원 대출이면 50만~150만 원이다. 이 비용까지 고려하면 금리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3~5년 뒤 다시 바꿀 계획이라면 수수료가 의외로 큰 부담이 된다.
6. 내 직업과 소득의 안정성은 어떤가
정규직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이면 변동금리 인상에 대응할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자영업자나 계약직이면 소득이 불확실하므로 고정금리로 미리 리스크를 차단하는 것이 낫다. 이건 객관적 금리 상황보다 개인의 재무 상황이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7. 지금 고정금리로 잠글 만한 가치가 있는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p 이상 높다면, 그 프리미엄을 내고 안정성을 사는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약 0%p는 5억 원 대출 기준 월 12만 원 정도다. 1년에 144만 원을 ‘안정성 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향후 5년간 금리가 1%p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면 그 비용은 충분히 정당화된다.
결국 내가 선택한 이유
고정금리를 유지한 이유는 단순했다. 당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내 소득이 변동금리 인상을 감당하기에는 여유가 크지 않았으며, 5년간의 예측 가능성을 사는 것이 심리적으로 편했기 때문이다.
약 0%p를 포기한 것은 손실처럼 느껴졌지만, 5년 동안 금리 변동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의 가치는 숫자로 계산할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선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2031년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금리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봐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