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개설 직후, 서두르지 말아야 할 이유
작년 봄에 주식 계좌를 처음 만들었다. 은행 앱에서 5분이면 끝난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휴대폰으로 신청했다. 그 날 오후 3시쯤 승인 문자가 왔고, 바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안내까지 받았다. 그런데 내가 놓친 게 있었다.
계좌가 만들어진 것과 실제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그걸 구분하지 못했다. 계좌 개설 후 3일 동안 매매 화면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호가창을 보며 ‘저 가격이면 좋겠는데’라고 중얼거리다가 손가락이 떨렸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실제로 돈을 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첫 주식을 사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계좌 개설은 그저 출발점일 뿐이다.
첫 매수 전, 내가 확인했던 것들
처음 매수하기로 결정한 건 계좌 개설 후 약 2주 뒤였다. 그 사이에 내가 한 일들이 있다.
첫째, 손실 범위를 정했다. 내가 잃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생각해봤다. 월급의 5%? 10%? 나는 월급의 3%로 정했다. 약 15만 원이었다. 그 돈이 반으로 줄어들어도 괜찮은 심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게 약 일주일 걸렸다.
둘째, 한 종목만 보지 않았다. 처음엔 특정 회사 주식 하나에만 꽂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종목들도 찾아봤다. 같은 업계 회사들, 배당이 있는 회사들, 내가 자주 쓰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들. 20개 정도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5개로 줄였다.
셋째, 매수 가격을 미리 정했다. ‘이 가격이면 사겠다’는 선을 그었다. 그 가격에 도달하지 않으면 사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건 중요했다. 왜냐하면 주식 가격이 계속 움직이니까, 내가 정한 기준이 없으면 ‘지금이 기회일까?’라는 생각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첫 매수 후 1개월, 생각보다 심했던 것
첫 매수는 결국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내가 정한 가격에 도달하지 않은 종목도 있었고, 다른 종목은 그보다 더 내려갔다. 첫 주식을 산 지 1주일 뒤, 그 주식은 3% 떨어져 있었다. 약 5천 원의 손실이었다.
처음엔 그게 크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에 계좌를 열어봤다. 화면이 초록색일 때와 빨간색일 때의 기분이 달랐다. 같은 5천 원이지만, 올랐을 때와 내렸을 때 받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1개월이 지나니 패턴이 보였다. 하루하루 변동은 크지만, 주 단위로 보면 어느 정도 흐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처음 정한 ‘잃을 수 있는 금액 15만 원’이라는 기준이 도움이 됐다. 현재 손실이 그 범위 안이니까 추가 매수를 할지, 아니면 기다릴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
3개월 뒤, 가장 후회한 부분
3개월 뒤 포트폴리오를 정리해봤다. 샀던 5개 종목 중 2개는 수익이 났고, 2개는 손실이 났으며, 1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전체로는 약 8만 원의 수익이었다.
그런데 가장 후회한 건 수익이나 손실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 정한 ‘월급의 3%’라는 한도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개월 뒤에 추가로 20만 원을 더 넣었다. 그 이유는 ‘이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위험했다. 처음 기준을 정한 이유를 잊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처음 계획을 얼마나 지키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3개월 뒤에 깨달았다. 수익률보다 ‘내가 정한 규칙을 지켰는가’가 더 중요했다.
6개월 뒤, 달라진 것
6개월이 지난 지금, 포트폴리오는 약 12만 원의 수익을 기록 중이다. 처음 투자한 15만 원 대비 8% 정도의 수익률이다.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첫째, 매일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주 1회 정도만 확인한다. 일일 변동에 흔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둘째, 새로운 종목을 사고 싶을 때 기준이 명확해졌다. ‘좋아 보인다’는 감정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는가’를 먼저 묻는다.
셋째, 손실이 나도 덜 불안하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이 정도 손실은 감수할 수 있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손실 자체가 아니라 ‘예상 범위 내인가’를 확인한다.
주식 입문은 기술이 아니라 규칙이다. 첫 매수 전에 손실 범위를 정하고, 매수 가격을 정하고, 추가 투자 조건을 정해두면, 나중에 감정에 휘둘릴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