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구매, 처음부터 다시 한다면
작년 초 무선 이어폰을 처음 샀다. 가격대가 다양해서 어떤 걸 사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결국 중간대 제품을 골랐는데, 3개월 뒤 더 비싼 모델을 또 샀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무선 이어폰은 음질이나 디자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테크 관점에서 보면, 충동 구매로 낭비되는 돈이 생각보다 크다. 이어폰은 몇 년 쓰는 물건이라 처음 선택이 중요하다.
가격대 선택, 실제 사용 기간으로 계산하기
무선 이어폰은 대략 3가지 가격대로 나뉜다. 5만 원대, 15만 원대, 30만 원 이상. 처음엔 5만 원대가 저렴해 보이지만, 실제 사용 기간으로 나누면 얘기가 달라진다.
5만 원대 제품은 보통 8개월에서 1년 정도 쓸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이 빨리 떨어지기 때문이다.
15만 원대는 2년에서 2년 6개월 정도. 3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은 3년 이상 쓸 수 있다.
월 단가로 계산하면 5만 원대는 월 5,000원에서 6,000원, 15만 원대는 월 6,000원에서 7,000원, 30만 원대는 월 8,000원에서 10,000원 정도가 된다.
생각보다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배터리 성능이 좋은 제품을 처음부터 사는 게 장기적으로는 싸다.
배터리 수명,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내가 첫 번째 이어폰을 바꾼 이유는 음질이 아니라 배터리였다. 구매한 지 10개월 뒤 한 번 충전으로 3시간 30분만 버텼다. 처음엔 6시간이었다. 배터리 용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무선 이어폰의 배터리는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열화된다. 제조사 스펙은 보통 초기 상태를 기준으로 하니 실제와 다르다. 구매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은 배터리 용량(mAh)과 충전 케이스 포함 총 사용 시간이다. 케이스가 몇 번 충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번 충전에 6시간, 케이스로 4회 추가 충전 가능하면 총 30시간을 쓸 수 있다. 하루 2시간씩 쓴다면 2주 반 정도는 충전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방수 등급,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
두 번째 이어폰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본 게 방수 등급이다. 첫 번째 제품은 IPX4였는데, 운동할 때 땀이 들어가서 한쪽이 음소거됐다. 수리비가 8만 원이었다.
방수 등급은 IPX4 이상을 추천한다. IPX4는 모든 방향에서의 물 튐에 견딘다. 땀, 가벼운 빗, 세면대 물 튐 정도는 괜찮다. IPX5 이상이면 더 안심할 수 있다. 물론 방수 등급이 높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수리비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좋은 등급의 제품을 사는 게 낫다.
연결 안정성, 직장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사무실에서 쓰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음질이 아니라 연결 끊김이었다. 첫 번째 이어폰은 블루투스 5.0이었는데, 핸드폰과 노트북 사이를 오갈 때마다 재연결되었다. 회의 중에 음성이 끊기기도 했다.
두 번째 제품은 블루투스 5.3이고 멀티 디바이스 연결을 지원한다. 핸드폰과 노트북에 동시 연결되어 있다가 어느 기기에서 음성이 나오면 자동으로 전환된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쓰는 입장에선 음질보다 안정성이 훨씬 중요했다.
A/S 기간과 보증, 놓치기 쉬운 부분
구매할 때 가격만 본다. 하지만 A/S 기간도 꼭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1년 보증이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2년 이상 보증하는 경우도 있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을 때 무상 교체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내 두 번째 이어폰은 2년 보증이다. 만약 1년 반 뒤 배터리 성능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무상 교체 가능하다. 이런 조건이 있으면 장기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다.
사기 전에 확인할 체크리스트
정리하면, 무선 이어폰을 고를 때 확인해야 할 순서는 이렇다.
첫째, 배터리 용량과 충전 케이스 포함 총 사용 시간. 둘째, 방수 등급 IPX4 이상 여부. 셋째, 블루투스 버전과 멀티 디바이스 지원 여부. 넷째, A/S 기간과 배터리 교체 조건.
음질은 개인차가 크다. 가격대가 같으면 음질도 비슷하다. 차라리 위 네 가지를 먼저 확인하고 남은 선택지 중에서 음질로 고르는 게 낫다. 그렇게 하면 처음부터 다시 산다는 후회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