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구매 전에, 음질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작년 가을, 첫 무선 이어폰을 샀다

작년 9월에 처음 무선 이어폰을 사기로 결정했다. 지하철 출퇴근이 늘면서 유선 이어폰의 선이 계속 걸렸기 때문이다.

가격대는 12만 원 정도, 리뷰가 좋은 제품을 골랐다. 첫 주는 정말 좋았다.

선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신세계였다. 그런데 3주 정도 지나니 뭔가 불편했다.

아침에 충전을 깜빡하면 오후 회의 중에 배터리가 떨어지곤 했다. 음질은 충분했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음질보다 다른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배터리 시간, 생각보다 짧다

무선 이어폰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음질이나 가격이지만, 실제로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일상을 좌우한다. 내가 산 제품은 공식 스펙상 한 번 충전에 6시간이었다. 좋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사용은 달랐다.

아침 8시에 충전을 마친 이어폰은 오후 2시쯤 경고음을 낸다. 스펙 6시간은 최대 음량, 최적 환경에서의 수치였던 것 같다. 실제로는 음량을 50~60% 정도로 쓰면 4시간 30분 정도만 간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쓰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충전 케이스에 넣어 30분간 충전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제는 습관이지만, 처음 몇 주는 불편했다.

요즘 나온 제품들은 한 번 충전에 8시간 이상, 케이스 충전까지 합치면 24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밖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이 정도는 필수다.

착용감, 개인차가 크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착용감이다. 나는 귀가 작은 편인데, 처음 산 이어폰은 표준 사이즈 이어팁만 있었다. 한 시간만 끼워도 귀가 아팠다. 결국 따로 작은 사이즈 이어팁을 샀다. 2만 원을 더 썼다.

요즘 제품들은 대부분 S, M, L 사이즈를 모두 제공한다. 하지만 같은 M 사이즈여도 제조사마다 형태가 다르다. 어떤 건 둥글고, 어떤 건 길쭉하다. 귀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질도 소용없다. 가능하면 매장에서 직접 끼워보고 사는 게 낫다.

노이즈 캔슬링, 필요한가

광고에서는 노이즈 캔슬링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내 이어폰에도 노이즈 캔슬링이 있는데, 지하철 소음은 50% 정도만 줄어든다. 비행기 엔진음처럼 저음의 반복적인 소음에는 효과가 크지만, 사람들 목소리나 자동차 경적 같은 고음은 잘 안 들린다.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을 켜면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다. 내 경우 켰을 때와 껐을 때 배터리 지속시간이 20% 정도 차이 난다. 자주 쓰지 않으면 굳이 비싼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

실제 선택 기준, 이것들이 우선이다

지금 다시 산다면 이 순서로 확인할 것 같다. 먼저 배터리 시간 8시간 이상, 이어팁 사이즈 3가지 이상 제공, 가격은 10만 원대 초반이면 충분하다. 음질은 솔직히 10만 원대면 일상용으로는 차이를 못 느낀다. 오히려 편의성이 훨씬 중요하다.

내가 처음 이어폰을 고를 때 놓쳤던 건 이런 실용적인 부분들이었다. 리뷰와 스펙만 봤지, 실제 내 일상에 맞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선 이어폰은 하루에 몇 시간을 끼고 있는 물건이다. 음질보다는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