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비교하기 전까지는 막연했다
2026년 2월, 연말정산 환급금 약 87만 원을 받았습니다. 뭔가 ‘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근 후 카페에 앉아 은행 앱 네 개를 켜놓고 금리를 비교했는데, 정기예금 금리가 연 약 2%에서 약 3% 사이에 몰려 있어서 솔직히 의욕이 꺾였습니다.
87만 원 넣어봤자 세전 이자가 2만 7천 원 남짓이고, 이자소득세 약 15% 떼면 손에 쥐는 건 2만 2천 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예금 외 상품을 진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재테크라는 단어는 쉽게 쓰이지만, 막상 상품별 기대수익률을 수치로 나란히 놓고 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감으로 ‘주식이 낫겠지’, ‘적금이 안전하지’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숫자를 꺼내놓으면 생각이 꽤 달라집니다.
상품별 기대수익률, 수치로 나란히 놓으면
2026년 5월 기준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2.7~약 3% 수준입니다. 1년 만기 1,000만 원 기준으로 세후 수령 이자는 약 22만~27만 원 정도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연 2% 중반대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0%대 초반에 불과합니다. 원금 보장이라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코스피 지수 장기 연평균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약 6~8% 수준으로 거론됩니다. 다만 변동성이 크고 단기 구간에 따라 마이너스 20% 이상 손실이 나는 해도 있었습니다.
S&P 500을 추종하는 미국 주식 ETF는 최근 10년 기준 연평균 약 10~12%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율 변동 리스크가 추가로 붙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움직이면 1,000만 원 투자 기준으로 약 5~7% 정도의 환차익 또는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채권형 ETF는 현재 금리 환경에서 연 3.5~약 4%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가진 상품들이 있습니다.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고, 예금보다 수익률이 약간 높은 중간 지점에 위치합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추가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금과 계좌 구조가 수익률을 바꾼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계좌에 담느냐에 따라 실질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일반 계좌에서 ETF 매매 차익은 현재 국내 주식형 ETF는 비과세, 해외 주식형 ETF는 매매 차익에 대해 약 15% 세금이 붙습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안에 담으면 서민형 기준 400만 원까지 비과세, 초과분도 약 9% 분리과세가 적용됩니다. 일반 계좌 대비 세금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생깁니다.
연금저축펀드는 납입 시 세액공제 혜택이 연 600만 원 한도(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기준 약 16%)로 주어집니다. 연 600만 원을 납입하면 최대 약 99만 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세액공제 효과만 계산해도 납입 원금 대비 약 약 16%의 즉시 수익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물론 55세 이후 수령 시 연금소득세 3.3~약 5%가 붙지만, 납입 시점의 세제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부동산 리츠(REITs)는 배당 수익률 기준으로 연 4~6% 수준의 상품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임대료 수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은 편이고, 소액으로도 부동산 간접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배당소득세 약 15%가 붙고, 금리 상승기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수익률보다 ‘조합’이 핵심입니다
단일 상품에 올인하는 방식은 어느 쪽이든 비효율적입니다. 예금만 고집하면 물가에 자산이 잠식되고, 주식에만 넣으면 단기 변동성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월 투자 여력이 5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예금이나 CMA로 비상금 3~6개월치를 먼저 쌓은 뒤, 연금저축펀드에 월 20만 원(세액공제 혜택 확보), ISA에 월 20만 원(비과세 한도 활용), 나머지 10만 원은 해외 ETF 적립식으로 분산하는 구조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숫자를 직접 나열해보면 어디에 넣는 게 나은지 감이 잡힙니다. 막연히 ‘재테크 해야지’에서 ‘이 계좌에 이 상품을 이만큼’으로 좁혀지는 순간, 실행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2026년 지금 시점에서 금리 환경과 세제 혜택을 함께 고려하면, 예금 단독보다 ISA와 연금저축펀드를 기반으로 ETF를 담는 구조가 세후 수익률 면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