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약 5%에 끌려 개설했던 통장
작년 가을, 비상금을 따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연히 본 광고에 금리 약 5%라고 적혀 있었다. 적금은 약 4%, 일반 예금은 2% 정도인데 약 5%는 꽤 높은 수치였다. 그날 바로 은행 앱을 열어서 비상금 전용 통장을 만들었다. 처음 넣은 돈이 350만 원이었다.
3개월 뒤, 문제가 생겼다.
회사에서 긴급 상황이 생겨 돈을 빼야 했다. 비상금 통장에서 200만 원을 출금하려고 했는데, 앱에 이상한 메시지가 떴다. ‘이 상품은 월 1회 출금만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달에 이미 한 번 출금한 적이 있었다.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약관을 제대로 읽어봤다. 금리 약 5%는 월 1회 출금 조건이었다. 그리고 추가 출금 시 금리가 약 2%로 떨어졌다. 처음부터 제대로 읽었으면 이 통장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비상금 통장은 금리가 아니라 출금 조건이 핵심
비상금이란 게 뭔지 다시 생각해봤다. 비상금은 ‘필요할 때 언제든 빼낼 수 있는 돈’이어야 한다. 금리가 높다고 해서 출금 제약이 있으면 진짜 비상금이 아니다.
지금은 다른 통장을 쓰고 있다. 금리는 약 3% 정도로 낮지만, 언제든 자유롭게 출금할 수 있다. 지난 3개월간 총 4번 출금했는데, 이번엔 불편함이 없었다. 한 번은 새벽 2시에 긴급으로 30만 원을 빼야 했는데, 앱에서 바로 처리됐다.
비상금은 금리 차이보다 접근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확인해야 할 3가지
지금 비상금 통장을 만들려는 사람이라면, 금리표를 보기 전에 먼저 이것들을 확인해봐야 한다.
첫째, 월 출금 횟수 제한이 있는가. 금리가 높을수록 제약이 많다. 월 1회만 가능한 상품이 많다. 비상금은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최소한 월 2회 이상은 자유로워야 한다.
둘째, 최소 보유 금액이 있는가. 일부 통장은 ‘항상 100만 원 이상 유지’라는 조건이 있다. 비상금이 부족할 때 마지막 돈까지 빼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셋째, 언제 금리가 적용되는가.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인지, 아니면 입금한 날부터 계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금리라도 계산 방식에 따라 받는 이자가 달라진다.
금리 약 0% 차이는 1년에 얼마나 될까
금리 약 5%와 약 3%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계산해봤다. 300만 원을 1년 보관할 때 받는 이자를 비교하면, 약 5%는 약 165만 원, 약 3%는 약 96만 원이다. 차이는 약 69만 원이다.
69만 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내가 작년에 비상금을 빼지 못해서 받은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생각하면, 69만 원의 가치는 떨어진다. 비상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비상금은 돈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
비상금 통장을 다시 정리하면서 느낀 건, 금리 비교표만 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약관의 작은 글씨까지 읽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3개월마다 한 번씩 비상 상황을 겪는 사람이라면, 금리가 높아도 출금 제약이 많은 통장은 맞지 않다.
지금 비상금으로 보관 중인 돈은 약 280만 원이다. 금리로 받는 이자보다는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다’는 안심감이 훨씬 크다.